소로우 시대보다 훨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지금, 집집마다 넘쳐나는 물건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그칠 줄 모르는 '타인과의 비교'다. 절대적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무서운 점은 바로 '탐욕을 정당화하는 인간의 본성'이 고개를 든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모두가 가난했을 때는 그래도 서로 돕고 살았는데." 이제는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도 ‘저 사람보다 내 집값이 안 오른다’고 불평하며 우울감을 호소한다. 청년들조차 갭투자에 열을 올리고, 이미 멀쩡한 집을 가진 사람들도 집을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회. 이런 사회는 ‘부’를 향한 탐욕 때문에 진정한 창조성을 저당 잡힌 사회이며,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이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과 희망임을 잊어버린 사회가 아닐까. 소로가 살았던 작은집(오두막)은 바로 이렇게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는 사회를 향해 간절한 물음을 던진다.
'월든'을 남긴 자연주의자, 박물학자, 반인종차별주의자, 반자본주의자, 사회개혁가 소로 탄생 200주년 "그는 운둔자가 아니라 '더 높은 법칙'을 추구한 사상가" 소로는 월든 호숫가 숲에서 살아가던 은둔자였다. 노예제도에 반대하며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투옥되고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운동에 영감을 준 시민불복종 운동가이기도 했다. 1817년 태어나 1862년까지 45년 생애 동안 철저한 자연주의자로 살다 간 비범한 사람이다. 콩코드 숲 속 월든 호숫가에 3평 오두막을 손수 지어 살며 인류에게 울림을 주는 명저 "월든"을 남긴 헨리 데이비드 소로탄생 200주년에 다시 생각해 본다.

☞ 삶의 결단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아보고자 내가 숲으로 들어갔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충족한 채 살아도 삶이 가르쳐주는 진리를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체념한 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깊이 있게 삶의 정수 the marrow of life를 빨아들이고 싶었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파괴해 버리고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가길 바랐다(<월든>"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 삶의 공허함 Vanitas
누가 그들을 땅의 노예로 만들었을까? 왜 인간은 한 줌 먹을 거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연명해 갈 수 있거늘, 굳이 69 에이커나 되는 땅을 부리려 하는가? 뭐 하자고 태어나자마자 무덤을 파기 시작하는가? 그들은 앞에 놓인 이 모든 집을 한평생 밀고 나가야 할 뿐 아니라, 힘닿는 한 훌륭히 살려고 애쓰기까지 해야 한다.
… 불멸의 신성한 존재이기는커녕 자신의 평판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즉 스스로의 행동 탓에 얻은 평판의 노예이자 죄수가 되어 비굴하고 천박하게 굽실거리며 온종일 막연한 두려움에 떠는 그대 모습을 보라.
… 참으로 많은 사람이 절망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간다 The mass of men lead lives quiet desperation. 소위 체념이란 굳어진 절망에 지나지 않는. =소로=
☞ 삶의 단순함 Simplicitas
우리는 여전히 개미처럼 하찮은 삶을 살아간다... 또한 우리는 사소한 일로 삶을 낭비한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Simplicity, simplicity, simplicity! 부디 바라건대, 할 일을 백 가지 천 가지로 늘리지 말고 두세 개로 줄이자... 간소하게, 또 간소하게 살라. Simplify, simplify. 하루 세끼 대신 필요한 때만 한 끼를 먹자. … 스파르타인보다 더 간소하게 살아가며 높은 목적의식을 품어야 한다.… and more than Spartan simplicity of life and elevation of purpose.
☞ 삶의 주도성
왜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 필사적일 만큼 서두르고, 또 위험한 사업에 뛰어들기까지 하는 것일까? 동료인간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로 하여금 들리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걸어가게 하자.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리든 얼마나 멀리서 들리든 상관하지 말자.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처럼 빨리 성숙하는 것은 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직 봄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여름으로 바꾸란 말인가
☞ 가난의 덕성
아무리 삶이 고달프더라도, 당당히 맞서 살아야 한다 However mean your life is, meet it and live it. 삶에서 등을 돌리고 욕이나 퍼부어서야 쓰겠는가. 아무리 고 달프 다한들 삶이 당신만큼 나쁘지는 않을 터다. 삶이란 내가 가장 부유할 때, 가장 빈곤해 보인다 It looks poorest when you are richest. 남의 흉만 찾아내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잡을 일만 찾아내리라. 빈곤한 만큼 삶을 더 사랑하자. Love your life, poor as it is…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그런 곳(구빈원, 양로원)에 살아도 궁전에 사는 만큼 만족스럽고 유쾌한 생각을 품을 수 있다. 종종 나는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가꾸어보자 Cultivate poverty. 옷이든 친구든 간에 새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자. 헌 옷은 뒤집어 입고 옛 친구에게 돌아가자. Turn the old; return to them. 우리 자신 외에 변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 삶의 가능성
나는 실험을 통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인간이 자신의 꿈을 좇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상상 속에 그려온 삶을 살아가고자 애쓴다면 평소 예기 치도 못했던 성공 a succes unexpected in common hours을 이룰 수 있다. 그는 과거를 뒤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하면 새롭고 보편적이고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면에 확립되기 시작할 터다.
<월든, 숲 속의 생활> 그리나 나의 새벽은
…하지만 시간의 경과만으로는 결코 새벽을 불러올 수 없다. 어떤 빛이 인간의 눈을 감긴다면 그것은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깨어나는 순간이 바로 새벽이 밝아오는 시간이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새벽이 기다리고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마지막문장)… but such is the character of that morrow which mere lapse of time can never make to dawn. The light which puts out our eyes is darkness to us. Only that day dawns to which we are awake. There is more day to dawn. The sun is but a morning star
월든(Walden)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시에서 남쪽으로 2km 남짓 떨어져 있는 호수다. 숲이 우거진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150여 년 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이 호숫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노동과 학문의 삶을 살면서 그의 사상이 무르익게 되고 도덕적 신조가 분명한 형태를 갖추게 된 그 영향으로 세계적인 호수가 된 것이다.
# 소로우 문학-철학의 산실
월든으로 갔을 때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었고 책은 한 권도 저술한 적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 말고는 그를 알아볼 사람도 없었다. 월든 호숫가에서 지난 이 기간이 소로우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기였다. 그 이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하바드 출신의 대학동료들이 좋은 직업을 찾아 돈 버는 일을 시도했을 때, 그는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개인적 자유를 지키겠다고 결심을 한다.
돈이 필요할 때는 보트를 만들거나 담장을 쌓거나 측량을 하는 등 그때마다 자기에게 알맞은 노동을 해서 벌었으므로 그는 결코 게으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직업교육도 받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았으며, 교회에 나간 적도 없었다. 육식을 하지 않았으며 술 담배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스스로 사상과 자연의 학생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미국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의 생태학적 자연사상도 그의 영향이 크다. 소로우는 여가가 사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고,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즉 사람이 부자냐 아니냐는 그의 소유물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 없이 지내도 되는 물건이 많으냐 적으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유를 극도로 제한했지만 초라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세련된 정장, 교양 있는 사람들의 몸짓과 말투 등을 모두 벗어던져버렸다. 그는 선량한 인디언들을 좋아했다. 소로우는 인간의 양심에 따른 도덕법칙을 강조하고 글과 강연을 통해 노예제도 폐지운동에 헌신하면서 인권과 개혁사상을 줄기차게 연설했다.
이와 같은 그의 사상은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2차 대전 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젊은이들 사이에 그의 저서 '월든'이 성서처럼 널리 읽혔다는 사실은 그의 현존을 말해주고 있다. 그의 글과 주장은 지금도 정신세계에 널리 빛을 발하고 있다. 월든 호수를 처음 본 사람은 글을 통해서 상상했던 것보다 호수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들은 흔히 크고 작은 것을 밖에 드러난 외면적인 것만으로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월든은 둘레가 3km도 채 안 되는 규모다. 그러나 진정으로 큰 것은 밖에 드러나 있지 않고 그 내면에 있다. 월든이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그 흡인력을 생각한다면 그 어떤 호수보다도 크고 깊다. 한 해에 60만 명의 정신적인 ‘순례자’(관광객이 아니다)들이 세계 각처에서 이 월든을 찾는 것을 보아도 그 넓이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왜 자신의 삶 살려하지 않는가
하바드 대학을 졸업한 후 스무 살이 된 소로우는 그의 가장 짧고도 유명한 교사일을 시작한다. 그의 고향 콩코드 제일의 대학준비학교였다. 교단에 선지 며칠 안되어 ‘3인 학교위원회’의 한 사람이 그를 불렀다. 그는 교실의 활동과 소음 수준이 너무 높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처벌을 자주 가할 것을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자극받아 소로우는 할 수 없이 매를 들었는데, 그날 저녁으로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사직을 그만두었다. 오늘날 우리들은 자신을 좁은 틀속에 가두고 서로 닮으려고만 한다. 어째서 따로따로 떨어져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가. 각자 스스로 한 사람의 당당한 인간이 될 수는 없는가. 저마다 최선의 장소는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바로 그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출처: 가톨릭신문, 한겨레신문, 동아일보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월든 호의 숲 속 작은집 오두막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물질적인 것들을 넘어 심플라이프와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했다.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단순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정한 풍요와 자유, 그리고 지혜의 가치를 상기시켜 준다. 허전함과 공허함을 채우려는 소비와 물질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그는 다시 한번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를 외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한 것은, 물질적 충만보다는 심플라이프의 풍요로움을 깨닫고 단순함이 가지는 힘을 이해할 때, 진정한 행복을 찾는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겠다.